[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사실 쌉쌀한 기온이라도 되어야 늦가을의 정취도 나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싸늘하게 느껴져야 우리에게도 가을이 왔다고 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피닉스에서는 이 정도의 60도 상반기온에서 돌다 다시 70도선으로 올라가고 “그래도 감지덕지 가을이라고 느껴라” 이렇게 강요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펄펄 끓던 여름 날씨에서 이정도면 무릎이라도 꿇고 감사해야 되는 모양입니다.
지금이야 90, 100세까지도 사는 세상이 되었다고 좋다는 뜻인지 싫다는 뜻인지 사람들은 떠들썩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명이 70대이고 80만 넘어도 장수 한다고 했지요. 그때만 해도 인생 60평생 사는데 왜 그리도 복잡하고 일도 많은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80대에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니 60 평생이란 그 말도 더 할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20-30대에는 건강에도 인생에도 항상 자신이 넘치고 무엇이나 이룰 수 있다고 믿던 우리 모두에게는 귀한 시간이 있었지요.
친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친구로 남고 싶고, 사회에는 좋은 일을 보여 주고, 주위에는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한 번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니까 마치 인생의 끝인 것처럼 생각 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나는 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 왔는데” 하면서 조금은 건방진 생각을 했다가도 뜻하지 않은 일에서 오해를 받을 때에는 “세상에 이것은 아닌데” 하고 실망하는 때도 있습니다.
병에 대한 면역도, 오해를 받는 일에 대한 면역도 없이 살아왔나 하고 세상을 달리 보게도 되었습니다. 비슷한 사람들 하고만 지내온 것도 면역을 키우지 못한 잘못이었고,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도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모든 일들이 누구에게나 다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건만 유독 나에게 는 그런 일 없이 부모님 밑에서 살아오던 그 모습대로만 살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늦가을과 낙엽을 사랑했고 그렇게 서로 인연을 맺으며 살아 가면 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서울에서 즐기던 낙엽이나 피닉스 교외에서 즐기는 낙엽이나 우리에게 보여주는 낙엽은 항상 같은 의미를 줍니다. 할 일을 다 하고 자신을 버리는 것 같은 충만함? 아니면 내년 봄을 기다리는 재충전의 도전 정신?이라고 할까. 흔히들 낙엽을 보면 우리의 인생과 비교하면서 쓸쓸하다고 합니다. 왕성했던 여름의 파란 잎들이 언제 그랬던가 하고 가을을 보내면서 색색의 옷을 입고 떠날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가면 끝이지만 낙엽은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제자리에 다시 돌아오니 그들의 재생력이 인간의 삶보다 훨씬 더 강한가 봅니다.
늘 해마다 하던대로 가까운 곳으로 찬란한 빛깔의 낙엽의 모습이 다 떨어지기 전에 보고 싶다는 뜻이 남편과 서로의 마음이 통해 도시를 벗어나 보았습니다. 유리창문을 열어 보았더니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너무 좋다” 어린아이처럼 감탄사가 만발합니다. 이럴 때면 부르기 딱맞는 노래가 있지. “낙엽따라 가 버린 사랑.” 가을과 낙엽을 읊은 노래라면 이보다 더 좋은 노래가 있을까.
찬바람이 싸늘하게/얼굴을 스치면/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몹시도 그리웁구나/푸르던 잎 단풍으로/곱게 곱게 물들어/그 잎새의 사랑의 꿈~/고이 간직 하였더니/아~~~그 옛날이/너무도 그리워라/낙엽이 지면/꿈도~ 따~라 가는 줄/왜 몰랐던가/사랑하는 이 마음을/어찌하오 어찌하오/너와 나의 사랑의 꿈/낙엽따라/가버렸으니/
갈 때나 돌아올 때나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하루를 마음껏 즐기다 돌아 왔습니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고 불렸던 차중락 가수가 우리가 한국을 떠나기 바로 전 큰 히트를 친 노래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카고의 우리집에 그의 동생 차중광(재즈가수)이 다른 친구 따라 왔다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형인지 동생인지 모르게 어찌 그렇게도 똑같이 부르는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피닉스의 늦가을도 이렇게 해서 떠나가는가 봅니다. 그래도 잠깐씩이지만(여름은 빼고) 우리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있어 4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자연에 감사하며 살 수 있게 해주시는 창조주에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이렇게 멋진 계절을 보내면서 혹시라도 가슴에 묻고있는 미움도, 상처도, 시기도, 질투도, 모두 낙엽과 함께 묻어 버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운 마음으로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조용히 불러보면 가버린 사랑이 아닌 듯 싶습니다. 메말랐던 사랑도 다시 살아나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계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11. 14. 2011
